성취와 노력에 대해
“매일매일이 쌓여 좋은 성과를 낸다”는 말에 대해 이제는 회의적이다. 단순하고 추상적인 이야기이지만, 한때는 이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매일 무던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노라 다짐했지만, 다짐은 깨지라고 있는 것처럼 늘 배신당하기 일쑤였다.
나는 여태껏 노력과 성과의 관계를 일차함수로 단순화해 생각하며 살아왔다. x축은 노력의 양, y축은 성과의 정도를 나타내는 이 그래프는 노력의 누적이 곧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매일 노력하면 결국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그래프를 맹신하며 지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더 복잡한 현실에 부딪힐수록 이 믿음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성취 그래프보다 인생의 성장 그래프가 훨씬 복잡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인생은 정직하지 않다. 주식 시장의 그래프처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때로는 하향 추세를, 때로는 상향 추세를 그린다. 그렇게 보면 내가 맹신했던 성취 그래프는 현실과 동떨어진 단순화된 환상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하기보다 우연히 얻어 걸린 성과가 더 많다는 생각마저 든다. 학창 시절에는 정해진 시간표와 교과서대로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성적이 곧 삶의 성과를 평가하는 전부였던 그 시절에는, 그것만으로도 잘 살고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거나,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라는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이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연구 분야에는 교과서처럼 잘 정리된 자료가 거의 없다. 정해진 시간표도 없고, 코스웍은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대학생 시절처럼 수업이 생활의 중심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연구실 출입조차 오롯이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렇게 정량화된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성과를 일차함수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성과는 계단식 그래프에 가깝다. 성과는 꾸준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날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우연히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달간 공들여 쓴 글보다 하루나 몇 시간 만에 쓴 글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적도 많다. 며칠 동안 고민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키워드로 검색한 자료 덕분에 더 큰 성과를 거둔 적도 많았다.
그렇다고 꾸준한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많은 고민과 시간을 들이는 과정은 결국 계단을 올라가는 기회를 늘려준다. 인생이란 결국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더 많은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일차함수 그래프에서 y축의 정의를 바꾼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기회를 늘리는 가능성’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