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락사스(Abraxas)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새의 세계이다. 알에서 빠져 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한다.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한다고 자네는 말한 적이 있지.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다만 자네 자신이 도덕을 숭배하지 않으면 그뿐이야. 다른 사람과 자기를 비교하는 것은 나빠.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낳아 주었으면 박쥐의 생활을 해야 돼. 박쥐로 태어난 자기를 거위로 바꾸려는 허황한 꿈을 꾸면 절대 안 되지. 자네는 가끔 자기 스스로 빗나간 길에 발을 들여놓아 이단자로 만들어 놓고는 다른 사람들이 걷는 길과 방향이 다르다고 자기를 책망하고 있어. 그건 좋지 않아. 불을 보고 구름을 봐. 그러면 예감이라는 게 생기지. 그 예감에 의해서 자네 영혼이 방향을 제시하면 두말 말고 거기에 따르는 거야. 그 방향이 학교 선생이나 자네 양친이나 어떤 신의 마음에 드는지 어떤지 거기에 의심을 가지면 안 돼. 그런 생각을 하면 자기의 인격이 소멸되고 허수아비처럼 되고 마니까. 알겠나,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아프락사스다. 그건 신이고 동시에 악마이기도 하지.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함께 관장하는 신과 사탄의 결합물이야. 아프락사스는 자네의 어떠한 생각이나 어떠한 꿈에도 반대하지 않아. 이건 반드시 명심하지 않으면 안 돼. 자네가 평범한 길을 걷는 인간으로 돌아가면 아프락사스는 자네를 버리고 말 거야. 자네를 버린 아프락사스는 자기 생각을 끓이기 위해 새로운 냄비를 찾게 되는 거야."
- <데미안>, 피스트리우스 -"자네한테도 비밀종교 같은게 있어. 남들 몰래 제전이나 의식을 올리고 있다는 말일세. 자네는 내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네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게 어떤 꿈인지 알려고 하지니는 않겠네. 내 이건 분명히 말해 두지만 자네는 그 꿈을 따라 살아가지 않으면 안 돼.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제단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돼. 그 꿈은 완전한 것은 못 되지만 하나의 길인 것만은 틀림없어. 언젠가는 우리가 이 세계를 혁신한다는 것을 자네는 곧 알게 될 걸세. 우리는 매일같이 자기의 마음속에서 세계를 혁신해 나가야만 하는 거야. 문제는 바로 거기 있어. 그걸 무시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아. 자네는 열여덟 살이지, 싱클레어?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거리의 여자들을 찾지는 않겠지. 그 대신 자네는 사랑의 꿈, 사랑의 소망을 갖고 있는 게 틀림없어. 어쩌면 그것은 자네한테 두려움을 주는 꿈인지도 몰라. 하지만 절대 두려워 하면 안 돼. 그 꿈은 자네가 갖고 있는 것 가운데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이것만은 믿어도 좋아. 나는 자네만 할 때 사랑의 꿈을 무리하게 억눌렀었지. 그래서는 안 돼. 아르팍사스를 알게 된 이상 그럴 필요는 없어. 자기의 영혼이 바라는 이상,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금지된 일이라고 주저해서는 안 돼."